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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에도 극장은 왜 여전히 필요한가

by 잘버는염소 2026. 1. 7.

OTT 플랫폼의 확산으로 영화 관람 방식은 빠르게 변화했다. 집에서도 손쉽게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관객 수 감소, 상영관 축소, 제작 구조 변화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극장은 과연 시대에 뒤처진 공간이 되었을까. 이 글은 OTT 시대에도 극장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단순한 향수나 감정이 아닌, 경험·산업·관객 인식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영화관이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어떤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살펴본다.

극장은 정말로 사라질 공간이 되었을까

OTT가 일상이 된 이후, 극장은 종종 ‘사양 산업’처럼 언급된다. 실제로 관객 수는 줄었고, 극장 개봉 없이 바로 플랫폼으로 공개되는 영화도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극장이 더 이상 필수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강화한다. 집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을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질문은 영화 관람을 지나치게 기능적인 소비로만 바라볼 때 나온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단순히 화면을 시청하는 것을 넘어선다. 공간, 분위기, 타인과의 동시적 경험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감정이 존재한다. 극장은 바로 이 지점을 담당해 온 장소다.

OTT가 제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여전히 극장에 남아 있다면, 극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무언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있다.

 

극장이 제공하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경험이다

극장의 가장 큰 강점은 몰입이다. 어두운 공간, 거대한 스크린, 압도적인 사운드는 관객을 일상에서 분리시킨다. 휴대폰 알림도, 다른 콘텐츠의 유혹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한 편의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 경험은 집에서 쉽게 재현할 수 없다.

특히 감정의 진폭이 큰 영화일수록 극장의 힘은 분명해진다. 웃음이 터질 때, 숨이 멎는 장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느껴지는 공기는 혼자 보는 감상과 다르다. 같은 장면을 같은 시간에 공유한다는 사실은 관객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집단적 경험은 영화가 문화로 기능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극장은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라, 영화가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장소다.

극장은 모든 영화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OTT 시대의 극장은 과거처럼 모든 영화를 수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졌다. 대형 스케일의 영화, 시청각적 체험이 핵심인 작품, 혹은 관객과의 현장 반응이 중요한 영화가 극장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반대로 조용한 서사 중심의 영화, 반복 감상이 필요한 작품은 OTT에서 더 적합한 환경을 찾는다. 이 분화는 극장의 약화가 아니라 역할의 재정의다. 극장은 ‘모든 영화의 집’에서 ‘특별한 경험의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영 방식도 변화한다. 단순 상영이 아니라 GV, 특별 상영, 기획전 등 관객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극장이 여전히 관객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관객의 태도가 극장의 미래를 결정한다

극장의 존속 여부는 결국 관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극장과 OTT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과 작품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유연한 태도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관객은 이제 ‘이 영화는 어디서 봐야 가장 좋을까’를 고민한다. 이 질문이 존재하는 한, 극장은 여전히 필요하다. 모든 영화가 집에서 소비되기에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감정적 밀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극장은 관객에게 불편함을 요구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 불편함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 균형이 유지되는 한, 극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극장은 끝이 아니라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OTT 시대에 극장은 더 이상 당연한 선택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한 공간도 아니다. 극장은 영화 경험의 한 축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역할은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다.

앞으로 극장은 숫자와 규모로 경쟁하기보다, 경험의 질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영화를 상영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강렬한 기억을 남기느냐가 중요해진다.

영화는 여전히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극장은 그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OTT 시대에도 극장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가 아직 혼자만의 경험으로 축소될 수 없는 예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