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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잊혀가는 스타와 동화 같은 마지막 여름

by 잘버는염소 2025. 11. 22.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아홉 번째 장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2019년 개봉 당시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헐리우드 황금기의 마지막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기묘하게 비틀어 새롭게 재창조한, 타란티노 특유의 “Once Upon a Time…”식 판타지 동화다. 영화는 배우 리크 달튼, 그의 스턴트 더블 클리프 부스, 그리고 실제 실존 인물이자 배우였던 샤론 테이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969년 헐리우드의 분위기와 시대 정신을 풀어낸다. 이 영화는 화려한 폭력이나 과장된 대사 중심의 전개 대신, ‘시간’과 ‘공기’를 보여주는 느린 호흡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타란티노 영화답게, 마지막 순간에는 또다시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이번 글에서는 플롯, 캐릭터, 감독의 의도, 그리고 영화적 재미 요소까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매력을 블로그 리뷰 형식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본다.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포스터 사진

 

1. 줄거리_잊혀가는 스타와 동화 같은 마지막 여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중심은 ‘시대가 변하는 순간’이다. 한때 인기 있었던 TV 배우 리크 달튼은 영화 산업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그의 오랜 스턴트 더블이자 친구인 클리프 부스는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리크를 묵묵히 돕는다. 두 사람의 일상과 함께 영화는 샤론 테이트의 생활을 평행 구조로 보여준다. 샤론은 로만 폴란스키와 결혼한 rising star로, 그 시대의 자유로운 문화와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녀가 실제로 겪게 될 비극을 알고 있는 관객은 그녀의 밝은 모습 하나하나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영화 후반부,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인 맨슨 패밀리의 침입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전혀 다른 ‘만약’의 세계를 보여준다. 예기치 못한 순간 클리프와 리크가 사건을 맞닥뜨리며, 비극으로 향하던 시간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장면은 폭력적이지만 ‘타란티노식 정의 구현’의 가장 통쾌한 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엔딩은, 이 영화가 단순한 폭력 영화가 아니라 헐리우드라는 꿈의 세계를 향한 애틋한 러브레터였음을 알려준다.

2. 등장인물_시대를 상징하는 세 가지 얼굴

  - 리크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크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배우’의 전형이다. 자신이 한때 인기 배우였다는 사실에 집착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처절하면서도 인간적이다. 디카프리오는 이 인물을 거칠고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눈물겹게 연기했다. 특히 트레일러 안에서 분노 폭발하는 장면, 어린 배우와의 대사 맞추기 장면은 그의 연기력을 다시 증명한다.

  -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클리프는 영화 속 ‘쿨함’을 담당한다. 조용하고 느긋한 듯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인물. 그는 리크의 그림자처럼 살지만, 오히려 자기 삶에 더 큰 여유를 가지고 있다. 브래드 피트의 자연스러운 카리스마는 이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만들며, 결국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안겼다. 특히 스패언치 랜치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시퀀스는 클리프라는 인물을 정의하는 대표 장면이다.

  -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

샤론의 존재는 이 영화의 감정적 무게 중심이다.그녀는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단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극장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조용히 미소 짓는 장면은, 그녀가 실제 역사에서 겪지 못했던 ‘기쁨의 순간’을 스크린 속에서 되살려냈다는 의미를 가진다.

3. 제작의도_타란티노가 꿈꾼 “할리우드 동화”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1960년대 말 헐리우드에 대한 향수를 재현하고 싶어 했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풍경들, 가로등, 라디오 음악, TV 프로그램, 배우들의 이미지까지 모두 이 영화에 녹여냈다.

  - 실제 사건을 비틀어 “만약의 세계”를 만들다

1969년 샤론 테이트 사건은 미국 대중문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비극이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이 비극을 다시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만약 역사가 비극이 아니었다면?” 이라는 상상력을 펼친다. 이 선택이 이 영화를 잔혹함이 아닌 치유의 영화로 만든다.

  - 느린 호흡과 시대 재현

이 영화의 템포는 매우 느리다. 많은 장면이 단순히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만, 그 속에 타란티노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그의 의도는 사건 중심의 영화가 아닌, 시대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 영화 산업에 대한 애틋함

리크의 캐릭터에는 타란티노가 오랜 시간 사랑해온 ‘무명 배우’와 ‘B급 서부극’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영화는 이들을 조롱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성실함과 열정을 존중한다. 

4. 관람요소_타란티노식 재미와 디테일의 집합체

  - 만연체 같은 유머와 대사

이 영화의 유머는 기교가 없다. 리크의 자격지심, 클리프의 무심한 태도, 주변 인물들의 헐리우드적 허세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 시대 고증의 디테일

영화 속 라디오 음악, 간판, 광고, 영화 포스터 등은 모두 실제 시대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마치 1969년 LA 거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몰입감을 준다.

  - 마지막 20분의 폭발적 카타르시스

영화는 2시간 가까이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타란티노 특유의 폭발적인 ‘응징 판타지’를 터뜨린다. 폭력적이지만 동시에 통쾌하고 웃기기까지 한 이 엔딩은 수많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무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 필모그래피 중 가장 따뜻한 영화이며,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영화다. 비극으로 향하던 한 시대의 마지막 여름을, 타란티노는 사랑과 향수, 그리고 영화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다시 써 내려갔다. 이 영화는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의 작은 순간들, 라디오 음악, 오래된 극장, 석양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클리프 부스, 그리고 리크의 불안한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생각나는 장면들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로 관객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영화는 잊힌 순간들을 다시 살아 숨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바로 그 마법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