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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 인간의 탐욕과 신앙, 그리고 고독을 그린 걸작

by 잘버는염소 2025. 11. 7.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그려낸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은 이 작품을 통해 20세기 초 석유 개발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탐욕, 신앙, 그리고 고독이라는 인간 본성의 근원을 탐구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석유 사업가의 성공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과 ‘종교’,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충돌하는 철학적 서사다. 무엇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 의 폭발적인 연기력은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데어 윌 비 블러드’가 왜 여전히 현대 영화의 정점으로 불리는지를 살펴본다.

 

남자가 어딜 바라보고 있는 사진

 

1. 줄거리 - 석유보다 더 깊은 인간의 어둠

영화는 1898년, 한 광부가 은광을 캐다가 석유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인물이 바로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Daniel Plainview) 이다. 그는 거친 노력 끝에 석유 채굴 사업가로 성공하며 부와 명성을 쌓아간다. 그러나 그 성공의 뒤에는 끝없는 탐욕과 냉혈한 경쟁심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날, 한 젊은 남자가 다니엘에게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 석유가 묻혀 있다고 정보를 제공한다. 그곳이 바로 ‘리틀 보스턴’이다. 다니엘은 그곳으로 향하고, 그 지역의 목사이자 신앙 지도자인 일라이 선데이(Eli Sunday) 와 마주하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자본’과 ‘종교’의 대결로 전개된다. 다니엘은 석유를 통해 신을 대체하려 하고, 일라이는 신의 이름으로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탐하는 두 사람의 대립은 점점 광기로 변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다니엘은 돈과 성공을 모두 얻지만, 결국 완전한 고립과 정신적 붕괴에 이른다. 결말부에서 다니엘이 일라이를 살해하는 장면은 영화의 핵심 주제인 “탐욕은 결국 인간을 파멸시킨다” 를 잔혹하게 드러낸다. 그 순간 그는 승리했지만, 동시에 인간성을 완전히 잃는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I’m finished.”는 그의 종말이자, 인간 욕망의 끝을 상징한다.

2. 주요 등장인물 - 탐욕과 신앙의 화신들

영화의 중심 인물은 단연 다니엘 플레인뷰(Daniel Day-Lewis) 다. 그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인간 욕망의 상징이다. 처음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석유를 캐던 평범한 광부였지만, 점점 부와 권력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혀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고, 심지어 아들까지도 감정적으로 버린다. 다니엘은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사랑과 인간적 관계를 포기한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들이 나를 망가뜨릴까 두렵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그가 얼마나 외로움과 불신 속에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 인물을 냉철함과 광기의 경계에서 완벽히 구현하며,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와 대립하는 인물 일라이 선데이(폴 다노) 는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젊은 목사다. 그는 겉으로는 신앙심 깊은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종교를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위선자다. 다니엘과 일라이는 서로를 증오하지만, 동시에 닮아 있다. 둘 다 권력에 굶주린 인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니엘의 양아들 H.W.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다니엘의 인간적인 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지만, 결국 다니엘은 아들을 밀어내며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이 관계는 자본의 탐욕이 가족의 사랑마저 파괴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3. 제작의도 - 폴 토마스 앤더슨의 철학적 야망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은 ‘데어 윌 비 블러드’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탐욕과 신념의 본질을 파헤치려 했다. 그는 ‘석유’라는 자원을 인간 욕망의 메타포로 사용했다. 석유는 생명과 문명을 발전시키지만, 동시에 인간을 파괴하는 힘을 상징한다. 앤더슨은 이 영화를 미국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은유로 접근했다. 20세기 초,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 미국 사회는 자본의 힘이 신보다 우위에 서던 시기였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시점에서 신의 몰락과 자본의 부상을 다룬다. 특히, 영화의 리듬감과 연출 방식은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다르다. 초반부 15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고, 오직 인물의 행위와 음악만으로 서사를 전달한다. 이는 탐욕이 언어를 넘어선 본능적인 욕망임을 암시한다. 앤더슨은 ‘시각적 상징’과 ‘음악적 불안’을 이용해 관객의 감정을 자극했다. 음악을 담당한 조니 그린우드(라디오헤드) 의 불협화음은 영화 전반에 걸쳐 불안과 긴장을 극대화하며, 다니엘의 내면을 청각적으로 표현한다. 그 결과,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선 철학적 체험의 영화가 되었다.

4. 재미요소 - 무거움 속에서 피어나는 몰입의 쾌감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결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그 무게감 속에서 느껴지는 몰입의 쾌감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이다. 첫 번째 재미는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인간 심리의 해부와 같다. 그의 눈빛과 말투, 미세한 표정의 변화는 관객을 서서히 끌어들이며, 마지막에는 완전히 그의 광기에 동화시킨다. 두 번째는 촬영과 음악의 완벽한 조화다. 광활한 사막과 검은 석유가 분출하는 장면은 인간 문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동시에, 파괴의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이 장면들은 압도적 스케일 속에서도 철저히 상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는 윤리적 질문이다. 다니엘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다. 관객은 그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냉철함에 매혹된다. 결국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이 불편한 공감이야말로 영화가 주는 가장 강력한 여운이다.

정리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 21세기 현대 영화의 걸작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탐욕과 신앙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자본주의의 본질을 잔혹하게 드러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석유 사업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 존재의 고독과 파멸로 끝난다. 다니엘 플레인뷰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지만,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의 성공은 곧 그의 파멸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I’m finished.”라는 대사는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인간 욕망의 끝을 선언한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묵직하고 불편하지만,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다. 그것은 단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을 비추는 잔혹한 거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