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는 단순히 ‘거장의 신작’이라는 수식으로만 정리하기에는 그 깊이와 날카로움이 도드라진다. 한때 안정된 삶을 영위하던 가장이 느닷없이 해고 통보를 받고, 생존을 위해 극단적 선택의 선상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그리는 이 영화는 스릴러, 블랙코미디, 풍자 장르가 뒤섞인 복합적인 서사다.
본 글에서는 영화평론가의 시각에서 이 작품의 재미요소와 흥행요소를 세 가지 핵심 축을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기발한 설정과 장르 혼합의 재미
1) 설정의 아이러니와 긴장감
이야기의 출발점은 평범한 중년의 가장 ‘유 만수’(이병헌가 연기)가 25년간 다녔던 제지공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 순간이다. 여기서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라는 한마디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 설정의 핵심이다.
이처럼 평범한 삶이 갑작스레 뒤집히는 순간은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제공한다.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삶이, 한 마디로 전환되는 구조는 아이러니하면서도 현실의 불안정성을 암시한다.
2) 장르의 융합과 관객 기대치 뒤집기
‘어쩔 수 없음’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스릴러에 머물지 않는다. 블랙코미디의 유머감각, 스릴러의 긴박함, 그리고 사회풍자의 구조가 결합된 형태다. 평론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감성적인 여백이 거의 없으며, 안전벨트를 꽉 메야 할 ‘박찬욱 어트랙션’”으로 묘사된다.
이런 장르 혼합은 관객에게 예측불가능성과 새로운 재미를 준다. 중년 가장이 살인을 계획하는 설정 자체가 일종의 ‘극단적 면접’으로 변환되면서, 기존의 통념이 조금씩 뒤틀린다.
3) 유머와 잔혹성의 균형
재미요소로서 유머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 “박찬욱은 웃길 줄 안다. 그 웃음은 시의적절했다”는 평이 나왔을 만큼 유머 감각이 눈에 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웃음은 가볍지 않다. 실직과 생존경쟁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뒤섞이면서 불편한 웃음, 즉 씁쓸함을 동반한다. 브런치 리뷰에서도 “불편한 장면이 많고, 곱씹어야 할 여백이 존재한다”고 언급되었다.
이렇듯 유머와 잔혹성의 균형이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지점이 이 영화의 재미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캐스팅·제작 브랜드의 신뢰성과 흥행 동력
1) 거장 감독과 톱 배우의 조합
감독 박찬욱이라는 이름은 곧 브랜드로 작용한다. 그는 “관객이 질문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이번 작품에서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또한 배우진 역시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굵직한 이름들이 포진되어 있어 흥행 동력으로서 충분히 작용했다.
이러한 조합은 영화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2) 사전 예매 및 홍보 전략
흥행요소 중 중요한 부분은 개봉 전부터의 관객 예열이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3–4일 전 사전 예매량 30만 장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개봉 첫 주말 대형 관객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각종 국제영화제 초청(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등) 및 거장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타이틀이 홍보 메시지로 활용되어 관객의 관심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3) 시장 적시성과 타이밍
영화는 2025년 9월 24일 국내 개봉하였고, 추석 연휴 및 가을 극장 성수기와 맞물렸다. 이는 가족 단위 관객 및 일반 관객층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증가시킨 요소다. 또한, 사회적 불안과 중산층의 위기가 화두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실직’과 ‘생존’을 다룬 이 영화의 테마는 유효한 공감 요소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관객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사회적 주제와 풍자의 힘
1) 중산층의 붕괴와 생존 경쟁
영화의 중심에는 중산층 가장으로서의 만수가 있다. 그가 25년간 쌓아올린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과정은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은유한다.
“절박함이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감독의 질문은 단순한 범죄 서사 이상의 맥락을 던진다. 이처럼 배경이 되는 사회적 맥락이 주제의식과 맞물릴 때, 영화는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 이상으로 기능한다.
2)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영화는 ‘자리 경쟁’, ‘인력 감축’, ‘재취업이라는 전쟁’ 같은 현실적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압박을 비춘다. 한겨레 평론에서도 “유머와 잔혹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폭력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제지공장에서 해고된 가장이 경쟁자를 제거해 나가는 서사는 과장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사회 시스템이 낳은 괴물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 관객 반응과 해석의 여지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관객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개봉 첫날 예매율과 관객수는 뛰어났지만, 평점은 다소 낮게 나타났다. 이는 영화가 관객에게 쉽사리 ‘위로’가 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리뷰에는 “보고 나면 마음 한 켠에 큰 응어리가 남는다”는 평가가 존재하며,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기보다는 곱씹을 거리로 남는 작품임을 보여준다. 이는 일반 상업영화의 틀을 살짝 벗어난 부분이지만, 그만큼 강한 여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어쩔수가없다’는 표면적으로는 중년 가장의 절박한 재취업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 시스템, 중산층의 붕괴, 생존 경쟁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깔려 있다. 재미요소로서 기발한 설정, 장르의 혼합, 유머와 잔혹의 균형이 존재하며, 흥행요소로는 거장감독-톱배우 조합, 사전 예매 폭발, 적절한 개봉 타이밍이 결합되어 있다.
평론가 시각에서 보면 이 영화가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어느 정도 이룬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하긴 어렵다 — 쉬운 위로보다 질문을 던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음’이라는 제목이 단지 절박함의 표현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머리 한켠에 남아 이야기되고, 분석되고, 또 토론될 작품으로서, ‘어쩔수가없다’는 한국영화의 한 지점에서 의미 있는 선을 긋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